
솔직히 처음에는 2003년판만 봤을 때 "이 정도면 하이스트 영화로 충분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미니 쿠퍼 추격전, 교통망 해킹, 속 시원한 배신자 응징까지. 그런데 1969년 오리지널을 본 뒤로는 생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데 결말이 주는 여운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두 편 모두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 줬습니다.
1969년판 결말 — 절벽 위 버스가 말하는 것
1969년 오리지널 「이탈리안 잡」은 토리노에서 금괴 강탈에 성공한 뒤, 도주하던 버스가 알프스 산길 절벽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채로 끝납니다. 한쪽에는 사람들이, 다른 쪽에는 금이 실려 있어서 금을 건지려 하면 버스가 추락하고, 버스를 지키려면 금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찰리가 "내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라는 대사를 남기고 화면이 멈추는, 이른바 열린 결말(open ending)로 마무리됩니다. 여기서 열린 결말이란 서사가 완결되지 않은 채 관객의 해석에 맡기는 방식으로, 유럽 예술 영화에서 즐겨 쓰는 기법입니다.
제가 처음 이 엔딩을 봤을 때는 솔직히 "이게 뭐야, 미완성 아니야?"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떠올리다 보니 이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질 않더군요. 범죄의 성공이 안정이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위태로운 균형 상태를 낳는다는 것을 버스 한 대로 시각화한 셈입니다.
느와르(Noir)라는 장르 개념을 잠깐 짚고 가면, 이는 1940~50년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발전한 범죄 영화 양식으로, 도덕적 모호성, 어두운 운명감, 그리고 인간 내면의 양면성을 주요 특징으로 삼습니다. 쉽게 말해 "범죄자가 잘 풀리는 세계관"이 아니라 "범죄자도, 결국 세상도 어둡다"는 시선이 깔린 장르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1969년판 결말은 직접적인 파멸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성공과 파멸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느와르적 아이러니를 유머와 서스펜스 안에 녹여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엔딩이 단순한 미완성이 아니라 의도된 불안감이라고 봅니다. 범죄자들은 목표를 달성한 순간부터 이미 파멸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는 메시지를 이미지 하나로 압축한 거니까요.
- 열린 결말: 서사가 완결되지 않고 관객 해석에 맡기는 방식
- 느와르적 아이러니: 성공 직후 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구조
- 시각적 상징: 절벽 위 버스 = 성공과 파멸의 경계
- 희극적 요소와 어두운 운명감이 공존하는 독특한 톤
2003년판 결말 — 케이퍼의 쾌감, 그리고 남는 질문
2003년 리메이크는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베니스에서 금괴 강탈에 성공한 직후, 팀원 스티브가 배신을 저질러 스승 존을 살해하고 금을 빼앗아 달아납니다. 나머지 팀원들은 다리 아래 추락한 차 안에서 산소호흡기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남고, 1년 뒤 LA에서 복수 작전을 펼칩니다. 교통망 해킹, 미니 쿠퍼를 이용한 지하철·LA 강 추격전, 유니언역에서의 최종 대면까지 이어지는 이 구성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의 교과서적인 전개입니다. 케이퍼 무비란 치밀한 계획과 팀워크로 목표물을 탈취하는 과정 자체의 쾌감에 집중하는 장르로, 「오션스 일레븐」 같은 작품이 같은 계열에 속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중학생 때였는데, 미니 쿠퍼 세 대가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에서 진심으로 흥분했습니다. 그 장면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나중에 실제로 미니 쿠퍼라는 차 브랜드를 찾아봤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보니, 그때는 미처 못 봤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결말에서 배신자 스티브는 우크라이나 갱단에 끌려가 처분되고, 찰리 일당은 금괴를 나눠 가진 뒤 각자 원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찰리는 스텔라와 연인이 되어 베니스로 여행을 떠나는 따뜻한 해피엔딩입니다. 느와르 장르의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라는 개념으로 보면, 이는 고전 느와르가 추구하는 "모든 범죄는 결국 파멸로 귀결된다"는 도덕적 인과율에서 한발 벗어난 구성입니다. 여기서 서사 구조란 이야기가 갈등을 통해 결론에 이르는 방식을 가리키는데, 2003년판은 갈등의 원인을 '외부의 악당(스티브)'으로 설정함으로써 주인공 팀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는 틀을 만들어 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두 편을 연달아 보고 나니 이 구조가 가진 효과와 한계가 동시에 보였습니다.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힘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처음부터 금괴를 훔친 도둑이라는 사실은 배신이라는 더 큰 악 앞에서 자연스럽게 희석됩니다. 범죄자들끼리의 정의 구현을 관객이 손쉽게 응원하게 되는 이 메커니즘은, 하이스트 장르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방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판적으로 돌아볼 지점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1969년판과 가장 큰 온도 차라고 느꼈습니다. 1969년판은 해결책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불편함을 남기고, 2003년판은 깔끔한 해결로 불편함을 지워 버립니다. 어느 쪽이 더 정직한 결말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969년 이탈리안 잡과 2003년 리메이크는 줄거리가 완전히 다른가요?
A. 기본 설정인 '금괴 강탈'과 '미니 쿠퍼를 이용한 탈출'이라는 틀은 공유하지만, 세부 줄거리와 배경, 등장인물은 거의 새로 쓴 수준으로 다릅니다. 1969년판은 영국 토리노를 무대로 한 단일 사건 구조이고, 2003년판은 베니스와 LA를 넘나드는 배신·복수 서사입니다. 리메이크라기보다 같은 이름의 독립적인 영화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Q. 2003년판 이탈리안 잡에서 미니 쿠퍼 추격전은 실제로 촬영한 건가요?
A. 대부분 실제 촬영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하철 구간, LA 강, 도심 도로 추격전 등은 로케이션 촬영과 세트를 병행했으며, 이 장면들이 실제 미니 쿠퍼 브랜드의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미니 쿠퍼라는 브랜드를 처음 제대로 인식했을 정도였으니까요.
Q. 느와르 영화와 케이퍼 무비의 차이가 뭔가요?
A. 느와르는 도덕적 모호성, 어두운 운명감, 비극적 결말을 특징으로 하는 범죄 영화 양식이고, 케이퍼 무비는 치밀한 계획과 팀워크를 중심으로 범행 과정 자체의 쾌감을 전달하는 장르입니다. 두 장르는 겹치는 영역이 있지만, 결말의 톤이 확연히 다릅니다. 느와르라면 대개 범죄자가 대가를 치르고, 케이퍼라면 팀이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탈리안 잡 두 버전이 딱 이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Q. 에드워드 노턴이 2003년판에 출연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A. 에드워드 노턴은 계약 조건으로 인해 원하지 않았음에도 스티브 역에 출연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다는 인터뷰도 전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은 분명히 살아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 냉담함이 스티브라는 캐릭터에 잘 맞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론
두 편을 비교해서 보고 나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범죄 영화는 관객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1969년판은 불편한 균형 상태를 그대로 남기는 방식을 택했고, 2003년판은 깔끔한 해소를 선택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두 선택이 서로 다른 시대와 관객의 기대를 반영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 리뷰를 쓸 때 결말의 '톤'을 유독 신경 쓰게 된 것도 이 두 편을 비교한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이스트나 범죄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두 편을 하루 이틀 간격으로 연달아 보는 것을 권합니다. 같은 제목이 결말 하나로 얼마나 다른 영화가 될 수 있는지, 직접 체감하는 편이 글로 읽는 것보다 훨씬 강렬합니다.
참고: 출처: 위키백과 — 이탈리안 잡 (2003년 영화) / 출처: 위키백과 — 이탈리안 잡 (1969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