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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세계관, 캐릭터, 비판)

by 영화는 영화다 2026. 4. 30.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솔직히 말하면, 저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보고 나서 이 시리즈에 약간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 예고편이 나왔을 때도 "또 섬, 또 도망"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니 제 예상이 절반쯤은 맞고 절반쯤은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공룡이 일상이 된 세계, 이번엔 다르게 시작한다

〈새로운 시작〉은 〈도미니언〉 이후 약 5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공룡이 자연 생태계 전반에 퍼진 상황, 즉 생태적 교란(ecological disruption)이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생태적 교란이란 외래종이나 새로운 포식자 유입으로 기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영화 속 세계는 그 규모가 지구 전체라는 점에서 기존 시리즈와 결이 다릅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뉴스 화면과 다큐멘터리 톤으로 현재 세계 상황을 보여주는 방식이 꽤 영리하다고 느꼈습니다. "공룡은 이제 공원 밖의 일"이라는 감각이 몇 분 만에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보면서 '이 오프닝은 괜찮다'고 생각한 드문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핵심 설정은 거대 공룡 세 종류의 DNA를 채취해 신약을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특수 요원 조라 베넷, 고생물학자 헨리 루미스 박사, 전직 군인 던컨 킨케이드가 팀을 이뤄 생 위베르 섬으로 향하는 구조인데, 이 설정에서 핵심은 '채취 대상'이 육상·공중·해양 각각의 최상위 포식자라는 점입니다. 영화가 다루는 공룡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육상: 기존 티라노사우루스 계열에서 유전자 변이된 신형 렉스 계열
  • 공중: 극한 환경 적응형으로 변이된 비행 포식자(익룡류)
  • 해양: 모사사우루스 계열, 스피노사우루스 무리와 함께 등장

이 세 가지를 각각 만나는 구조 덕분에 영화의 3막이 자연스럽게 구분됩니다. 어떤 분들은 "그래도 결국 섬에서 도망치는 이야기 아니냐"고 하시는데, 저는 이번엔 방향이 반대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도망치는 인간이 아니라, 사냥하러 들어간 인간이 주인공이라는 설정 자체가 시리즈의 가장 오래된 전제를 뒤집는 시도니까요.

캐릭터와 악역, 얼마나 깊이 들어갔나

캐릭터 면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새 얼굴들을 전면에 내세운 결정 자체는 옳다고 생각합니다만, 조라·헨리·던컨 각각의 내적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 액션 시퀀스가 덮어버리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특히 헨리 루미스 박사의 경우, 과학자로서의 양심과 호기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이건 충분히 매력적인 아크(character arc)입니다. 캐릭터 아크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인물이 심리적·윤리적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뜻하는데, 헨리의 경우 그 아크가 중반 이후 제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사건에 끌려가는 인상이었습니다.

반면 악역 마틴 크렙스는 다르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인류를 구하겠다"는 명분 뒤에 의료·군사 시장 독점 욕망이 숨어 있다는 설정은, 현재 빅파마(Big Pharma) 논쟁과 맞닿아 있어서 현실감이 있습니다. 빅파마란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신약 개발과 특허를 독점하는 구조를 비판하는 표현입니다. 이 캐릭터를 단순한 탐욕 악당으로 처리하지 않고 더 복잡하게 그렸다면 더 날카로웠을 텐데, 영화 안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기업가 악역" 수준에서 멈춥니다. 이런 면에서 저와 반대로 "악역이 명확해서 좋았다"는 분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긁어줬으면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퀀스는 바다 위에서 해양 공룡 DNA를 채취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수면 아래 보이는 거대한 실루엣, 흔들리는 배,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잘 쌓였습니다. 영화의 공포 연출 방식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점프스케어(jump scare)보다 서서히 조여 오는 방식을 택한 게 이 시퀀스에서 제일 잘 작동했다고 느꼈습니다. 점프스케어란 갑작스러운 이미지나 소리로 관객을 순간적으로 놀래키는 연출 기법인데, 이번 영화는 그것보다 분위기로 긴장을 쌓는 쪽을 택했습니다.

세계관은 넓어졌는데, 영화의 답은 어디 있나

제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역설적으로 영화가 명확하게 말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공룡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가", "공룡 DNA를 자원처럼 써도 되는가" 같은 질문들인데, 영화는 이 질문들을 던져놓고 결말에서 관객에게 넘겨버립니다.

생명 윤리(bioethics) 관점에서 보면, 이번 영화의 전제 자체가 상당히 첨예합니다. 생명 윤리란 의학·생명과학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다루는 학문 분야인데, 공룡 DNA를 인간 질병 치료에 이용한다는 설정은 사실 현실의 동물 실험 윤리, 유전자 편집 기술 규제 논쟁과 직결됩니다. 실제로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활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은 현재도 활발히 연구 중인 분야입니다(출처: 네이처 저널).

영화 속 폐쇄된 연구소에서 인젠(InGen)의 과거 군사 생물병기 실험 기록이 드러나는 장면은 이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기록이 현재 미션에 어떤 윤리적 무게를 더하는지까지 연결되지 않고 흘러가는 게 아쉬웠습니다. 보고 나서 "이 세계를 이렇게 만든 게 결국 인간 아닌가"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그 질문이 영화 안에서 충분히 심문받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이런 면에서 일부에서는 "여운 있는 열린 결말"이라는 평가도 있고, 저처럼 "블록버스터로서 자신의 답을 좀 더 제시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이 시리즈가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남는 작품이라는 게 솔직한 정리입니다. 참고로 영화산업 분석 기준으로도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의 세계관 확장 전략은 속편 제작 가능성과 직결됩니다(출처: 박스오피스 모조).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제목이 약속하는 '새로운 시작'만큼 과감하게 기존 공식을 깨뜨렸느냐고 물으면, 저는 아직 반만 왔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전작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분이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시리즈 팬이라면 세계관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가늠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음 편이 나온다면, 이번에 던져놓고 넘긴 질문들을 제대로 마주하는 영화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참고: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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