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데도 영화관에서 중간에 퇴장하는 관객이 속출했다는 영화가 있습니다.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입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난해하길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그 퇴장의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동시에, 끝까지 앉아 있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비선형 서사가 주는 낯섦과 그 이유
일반적으로 영화는 인과관계가 분명한 선형 서사 구조를 따릅니다. 선형 서사란 사건이 시간 순서대로 흐르며 원인과 결과가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트리 오브 라이프는 이 공식을 처음부터 거부합니다.
우주의 탄생 장면이 수십 분간 펼쳐지고, 공룡이 등장하고, 갑자기 1950년대 텍사스의 어느 가정으로 뚝 잘립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어떤 맥락으로 이것들이 연결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고, 20분쯤 지났을 때 "이게 맞나?" 싶은 불안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낯섦은 의도된 것입니다. 감독 테렌스 맬릭은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을 영상 언어로 구현했습니다. 의식의 흐름이란 인간의 내면에서 논리 없이 연상되는 생각과 감각의 흐름을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 기법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 잭이라는 인물이 중년이 되어 죽은 동생을 떠올릴 때, 기억은 시간 순으로 오지 않습니다. 냄새, 빛, 감촉, 소리가 뒤섞여 밀려옵니다. 영화는 그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연의 길과 은총의 길, 두 가지 삶의 방식
영화에서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두 가지 삶의 방식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자연의 길(The Way of Nature)과 은총의 길(The Way of Grace)입니다.
자연의 길이란 경쟁과 성취,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삶의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얻기 위해 싸우는 삶"입니다. 아버지 오브라이언이 이 길의 상징입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성공에 집착하고, 아이들에게 엄격한 훈육을 강요하며,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아들들에게 투사합니다. 브래드 피트가 이 역할을 맡았는데, 제 경험상 이렇게 억제된 분노와 사랑이 공존하는 아버지 연기를 이만큼 소화한 배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은총의 길이란 사랑과 수용, 자기를 내려놓는 삶의 방식입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하는 어머니는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그녀의 몸짓과 표정, 아이들 곁에 머무는 방식 자체가 은총의 길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말이 없는 캐릭터는 존재감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반대입니다. 말이 없기 때문에 더 강렬하게 남습니다.
맏아들 잭은 이 두 길 사이에서 찢겨 있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닮아가고,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지키지 못합니다. 이 균열이 영화의 심장부입니다.
결말의 해변 장면, 구원인가 환상인가
트리 오브 라이프의 결말은 영화 비평계에서 지금도 해석이 엇갈리는 장면입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한 해변에 모이고, 잭은 동생 R.L.을 부모님께 데려다줍니다. 어머니는 "나는 그를 당신께 드립니다"라고 속삭입니다.
이 장면이 종교적 구원인지, 심리적 치유의 은유인지를 두고 의견이 나뉩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 장면이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느꼈습니다. "뭔가 의미 있어 보이긴 하는데, 감독이 너무 불친절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솔직히 사실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모호함 자체가 핵심입니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에게는 신앙으로, 어떤 이에게는 기억 속 재회로, 어떤 이에게는 그냥 흘려보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감독은 단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관객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이 해변에 서도록 공간을 열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결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잭이 아버지와의 갈등을 용서로 마무리하는 내면의 화해 과정
- 어머니의 "나는 그를 당신께 드립니다"라는 대사가 암시하는 상실의 수용과 신에 대한 귀의
- 우주적 스케일과 한 가족의 사적인 이야기가 하나의 원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완결
- 생명의 영속성(Continuity of Life)이라는 주제, 즉 죽음이 단절이 아닌 순환의 일부라는 메시지
예술성과 접근성, 이 영화의 딜레마
트리 오브 라이프는 2011년 제6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수상했습니다. 황금종려상이란 칸 영화제의 최고 영예로, 그해 경쟁 부문 출품작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에서는 7위에 올랐으며, 비평가 로저 에버트는 이 작품을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 높게 평가하기도 했습니다(출처: BBC Culture).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는 철저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제 경험상 이런 극단적인 반응은 대부분 "기대치의 불일치"에서 옵니다. 브래드 피트와 숀 펜이 나오는 영화라는 정보만 갖고 들어가면, 이 영화의 시적인 미장센(mise-en-scène)은 당혹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영화에서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우의 위치, 조명, 세트, 의상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감독의 연출 철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입니다.
일반적으로 예술 영화는 난해하고 지루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 영화가 난해한 것과 지루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난해합니다. 그러나 영상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 특히 텍사스의 여름 햇빛과 아이들의 뛰노는 장면들은 설명 없이도 어떤 감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촬영감독 에마뉴엘 루베즈키의 자연광 활용 기법은 이 작품을 시각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출처: 한국영상자료원).
트리 오브 라이프는 모든 관객에게 권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족 갈등이나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이 영화가 그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는 방식이 어느 순간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입니다. 처음 보고 이해가 안 됐다면, 두 번째 볼 때는 이해가 아니라 느끼는 것을 목표로 접근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이 영화를 대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트리 오브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