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28 나이트메어 1984 (줄거리, 명장면, 비판) 밤에 혼자 공포영화를 보다가, 끝나고 나서도 잠들기 싫었던 경험이 있습니까. 저는 《나이트메어》(1984)를 본 날 딱 그랬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침대에 눕기가 왠지 찜찜했고, 잠들기 직전에 자꾸 그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잠들면 죽는다"는 설정 하나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붙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잠드는 게 왜 무서운가 — 줄거리와 설정《나이트메어》는 1984년 웨스 크레이븐이 연출한 슬래셔 영화입니다. 여기서 슬래셔(slasher)란 살인마가 특정 집단을 차례로 제거해 나가는 공포영화 장르를 가리키는데, 보통은 흉기와 추격 장면이 중심이 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공식을 비틀어서, 살인이 꿈속에서 벌어진다는 점이 다릅니다.배경은 미국의 평범한 주택가 엘름 스트리트입니.. 2026. 7. 27.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아이언맨 유산, 정체 폭로, 미스테리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 파 프롬 홈을 볼 때 쿠키 영상 전까지는 "그냥 가벼운 여름 히어로 영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런던 전투보다 쿠키 한 장면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은 영화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거든요. 아이언맨의 유산을 떠안은 소년이 가짜 영웅에게 속고, 결국 온 세상에 얼굴이 공개되는 이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면 노 웨이 홈이 왜 그런 결말을 선택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아이언맨 유산 '이디스'가 만든 갈등의 씨앗엔드게임 이후 피터 파커가 처한 상황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제2의 아이언맨이 되어야 한다"는 세상의 기대가 열여섯 살 소년 하나에게 쏟아지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그게 얼마나 버거운 무게인지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아이언맨의 빈자리.. 2026. 7. 26.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정체 폭로, 파커 럭, 기억 삭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어차피 멀티버스 팬서비스 잔치겠지"라고 반쯤 체념한 상태였습니다. 세 스파이더맨이 나온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고, 기대보다는 냉소가 앞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극장 안이 꽤 조용해졌습니다. 화려한 멀티버스 이벤트 영화가 끝에서 "혼자 남겨지는 영웅"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는 사실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정체 폭로가 불러온 연쇄 붕괴노 웨이 홈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전작 「파 프롬 홈」에서 미스테리오가 조작 영상을 남기고 죽으면서,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피터 파커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공개됩니다. 문제는 그 폭로가 "드론 살해범"이라는 혐의와 함께 묶여 있다는 점이었습니다.피터 본인만 피해를 입는 것이라.. 2026. 7. 25. 페이첵 (기억 삭제, 미래 예측 기계, 필립 K. 딕) 3년치 기억을 통째로 지우고 받는 보수가 9천2백만 달러. 그 돈을 스스로 포기하고 봉투 하나만 들고 나온 남자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SF 액션 오락 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틀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미래를 본다는 것이 과연 인간에게 이로운 일인가, 라는 질문 때문이었습니다.기억을 지우는 엔지니어의 역설「페이첵」(Paycheck, 2003)의 주인공 마이클 제닝스는 리버스 엔지니어(Reverse Engineer)입니다. 여기서 리버스 엔지니어란 경쟁사의 실패한 기술을 분석하고 분해해서 더 나은 방식으로 재설계하는 전문가를 의미합니다. 타사 제품을 뜯어보고 "왜 안 됐는지"를 역추적한 뒤 성공 버전을 만들어내는 사람인데, 영화는 이 .. 2026. 7. 24. 보일링 포인트 (원테이크, 번아웃, 시스템균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10분이 지나도록 저는 '아직 컷이 안 났나?' 하고 화면만 뚫어졌습니다. 「보일링 포인트」(2021)는 런던 고급 레스토랑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영업 90분을 단 한 번의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즉 편집 없이 이어지는 단일 장면으로 촬영한 작품입니다. 연출 기법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형식이 어떻게 한 사람의 붕괴를 '이야기'가 아니라 '체험'으로 바꾸는지, 그걸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원테이크가 만든 주방 서스펜스 — 컷 없는 90분이 왜 무섭나일반적으로 원테이크 연출은 '대단한 촬영 기술'로 소개됩니다. 유튜브 메이킹 영상이나 인터뷰에서도 배우들이 얼마나 오래 리허설했는지, 카메라.. 2026. 7. 23. 펄프 픽션 (비선형 구조, 줄스와 빈센트, 구원의 가능성)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영화를 반도 이해 못 했습니다. 시간 순서가 뒤섞인 채로 세 개의 이야기가 충돌하듯 이어지는데, 멋지다는 건 알겠는데 뭘 말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두 번째 볼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게 있었습니다. 줄스와 빈센트, 이 두 킬러가 같은 사건을 겪고도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맞는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가 대사 한 줄, 선택 하나에서 갈린다는 것이었습니다.비선형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펄프 픽션」은 옴니버스 구조(Omnibus Structure)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여기서 옴니버스 구조란 독립적인 여러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 안에 엮는 방식을 의미하는데, 타란티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간 순서 자체를 의도적으로 해체합니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2026. 7. 22.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