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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63

곤지암 (파운드푸티지, 유튜브공포, 몰입감) 2018년 개봉한 〈곤지암〉은 실제 남양신경정신병원 괴담을 바탕으로 만든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한국 공포영화입니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튜브 화면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연출이 단순한 기믹이 아니라, 공포의 밀도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걸 극장에 앉아서야 실감했습니다.파운드 푸티지, 왜 이렇게 무서운가〈곤지암〉이 택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형식은, 마치 누군가가 실제로 찍어 남긴 영상처럼 보이게 만드는 촬영 기법입니다. 여기서 파운드 푸티지란 카메라를 든 인물이 직접 화면에 담기거나, 촬영 행위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1999년 〈블레어 위치〉가 이 형식을 세상에 알린 이후, 공포 장르에서 꾸준히 활용되어 .. 2026. 8. 1.
어린 의뢰인 (줄거리, 메시지, 아동학대)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아동학대 소재 영화라면 으레 감동과 눈물로 마무리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어린 의뢰인》은 달랐습니다. 2019년 개봉한 이 작품은 실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바탕으로 하며, 보는 내내 분노와 답답함이 가슴 한켠에 쌓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재미로 보는 영화가 아니라, 직접 마주쳐야 하는 현실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미스터리처럼 시작해 현실로 끝나는 줄거리제가 직접 영화를 봤을 때, 처음 30분은 꽤 흥미로운 미스터리처럼 흘러갔습니다. 주인공 변호사 정엽은 생계에 치이며 사는 인물인데, 어느 날 학대 의심 아동과 마주치면서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초반에는 아이의 이상한 행동 하나하나가 단서처럼 배치되어 있어서, 사건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그런데 시간이 .. 2026. 7. 31.
하나 코리아 (탈북 이후, 간호사의 꿈, 사회적 재현) 탈북민을 다룬 영화를 볼 때마다 저는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불편해집니다. 슬프거나 감동적인 것과는 다른, 뭔가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흔들리는 느낌 때문입니다. 2026년 7월 개봉한 영화 「하나 코리아」를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탈북 과정의 스릴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일상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전에 봤던 탈북 소재 영화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탈북 이후의 삶 — '자유'가 시작이 아니라는 것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혜선은 이미 남한에 와 있습니다. 탈출 장면보다 하나원 입소 이후의 장면이 훨씬 더 길고 무겁게 다뤄집니다. 여기서 하나원이란, 국정원 조사를 마친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전 3개월가량 머무르는 통일부 산하 정착지원기관.. 2026. 7. 18.
사람과 고기 (노년 빈곤, 무전취식, 존엄) 고기는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걸 극장 좌석에 앉아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2025년 10월 개봉한 영화 「사람과 고기」는 폐지 줍는 노인, 떠돌이 시인, 골목 채소 장수 세 사람이 '공짜 고기'를 찾아 다니며 벌이는 무전취식(無錢取食)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웃기는 장면이 꽤 있었음에도 마음이 전혀 가볍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노년 빈곤 — 고기 한 점이 존엄의 문제가 되는 사회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막연하게 "노인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는 말을 뉴스에서 접해왔습니다. 그런데 형준(박근형)이 폐지를 실은 수레를 끌면서 고기는커녕 단백질 섭취 자체가 불가능한 삶을 사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마주하니, 그 숫자들이 갑자기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더라고요.통계청.. 2026. 7. 17.
달콤한 인생 (배신의 구조, 감정의 대가, 허무의 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인 줄만 알았습니다. 이병헌이 멋있게 싸우는 장면들만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유리창 앞에서 혼자 주먹을 휘두르는 그 장면이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은 단 한 번의 선택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씁쓸한 영화입니다.배신의 구조 — 폭력 세계에서 인간적인 선택은 곧 죄가 된다이 영화의 장르는 한국 느와르(Korean Noir)입니다. 여기서 느와르란 원래 프랑스어로 '검다'는 뜻인데, 영화 용어로는 도덕적 모호함, 폭력, 배신이 뒤엉킨 어두운 세계관을 가진 장르를 가리킵니다. .. 2026. 7. 15.
로드무비 (퀴어영화, 엇갈린사랑, 비극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2002년 한국 영화 중에 이런 작품이 존재한다는 걸 몰랐습니다. 「로드무비」는 동성 간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퀴어 로드무비로, 노숙자 신세가 된 전직 산악인 대식과 몰락한 펀드매니저 석원, 그리고 우연히 합류한 여인 일주, 세 사람이 길 위에서 서로의 상처를 교차시키는 이야기입니다. 끝까지 누구도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결말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길 위로 내몰린 사람들 — 배경과 인물제가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첫 장면부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화면이 밝지 않았고, 인물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기보다 그냥 갈 곳을 잃은 것처럼 보였습니다.대식은 한때 이름 있는 산악인이었지만, 자신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숨기.. 2026.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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