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2 얼굴 리뷰 (편견의 낙인, 침묵의 공모, 결말 해석)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연상호 감독 작품이 으레 그렇듯 자극적인 장치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스릴러일 거라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얼굴〉은 달랐습니다. 40년 전 땅속에 묻힌 한 여성의 백골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범인을 찾는 과정보다 그 여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훨씬 더 불쾌하고 무겁게 남았습니다.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사회 고발극 앞에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편견의 낙인 — 관객도 속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일반적으로 미스터리 영화는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에 집중하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얼굴〉을 보면서 실제로 더 큰 충격을 받은 건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영화 내내 제 머릿속에서 정영희의 얼굴을 멋대로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 2026. 8. 13. 레이디 인 더 워터 (분위기, 치료자, 평론가) 솔직히 처음 볼 땐 이게 공포 영화인지, 판타지인지, 동화인지 감을 못 잡았습니다. 수영장 관리인이 물의 요정을 만난다는 설정만 들으면 유치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막상 보고 나면 꽤 오래 머릿속에 남는 영화입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2006년 발표한 이 작품은, 장르로 분류하기 애매하기 때문에 많은 관객에게 외면받았지만 저는 그 애매함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솔직한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분위기만으로 소름 올리는 영화, 어떻게 가능한가제가 이 영화를 처음 틀었던 건 밤이었습니다. 점프 스케어나 자극적인 배경음악 없이, 수영장 위를 누군가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첫 장면만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걸 연출 언어로 풀면 미장센(mise-en-scène)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장.. 2026. 7.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