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1 나이트 크롤러 (언론 비판, 루 블룸, 결말 해석) 악인이 성공하는 영화,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나이트 크롤러〉를 보고 나서 한동안 뉴스를 틀기가 꺼려졌습니다. 루 블룸이 카메라를 들고 달리는 그 모습이, 제가 매일 소비하는 뉴스 영상의 이면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닙니다. 성과와 돈만 좇는 사회에서 과연 누가 진짜 괴물인지를 묻는 작품입니다.루 블룸이라는 인물, 그리고 언론 비판〈나이트 크롤러〉는 2014년 댄 길로이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이크 질렌할이 주인공 루이스 "루" 블룸을 연기한 네오누아르 범죄 스릴러입니다. 여기서 네오누아르(Neo-Noir)란 고전 누아르 영화의 어둡고 냉소적인 세계관을 현대적 도시 배경에 재해석한 장르를 뜻합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야경을 배경으로, 루는 밤마다 사고와 범죄 현장을.. 2026. 8. 11. 스위트하트 (생존 호러, 가스라이팅, 열린 결말) 2019년 넷플릭스와 블럼하우스가 함께 만든 생존 호러 영화 는 대사가 거의 없는 주인공 제니퍼가 혼자 무인도에서 괴생명체와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단순한 크리처물이겠거니 했는데, 다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괴물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고, 그 무서움이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생존 호러의 문법을 비트는 방식이 영화의 초반부는 거의 무성영화에 가깝습니다. 폭풍으로 파티용 보트가 침몰하고, 제니퍼는 홀로 무인도 해변에 떠밀려 옵니다. 중상을 입은 친구 브래드를 발견하지만 그는 "그걸 봤어?"라는 말만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이후 제니퍼는 물고기를 잡고, 불을 지키고, 은신처를 만들며 며칠을 버팁니다. 대사 없이 행동으로만 채워진 이 전반부가 저는 꽤 좋았습니다.괴물.. 2026. 8. 7. 사람과 고기 (노년 빈곤, 무전취식, 존엄) 고기는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걸 극장 좌석에 앉아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2025년 10월 개봉한 영화 「사람과 고기」는 폐지 줍는 노인, 떠돌이 시인, 골목 채소 장수 세 사람이 '공짜 고기'를 찾아 다니며 벌이는 무전취식(無錢取食)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웃기는 장면이 꽤 있었음에도 마음이 전혀 가볍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노년 빈곤 — 고기 한 점이 존엄의 문제가 되는 사회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막연하게 "노인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는 말을 뉴스에서 접해왔습니다. 그런데 형준(박근형)이 폐지를 실은 수레를 끌면서 고기는커녕 단백질 섭취 자체가 불가능한 삶을 사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마주하니, 그 숫자들이 갑자기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더라고요.통계청.. 2026. 7. 17. 플래닛 (줄거리 결말, 부녀 서사, 신파 논쟁) 러시아 재난 SF 영화가 할리우드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을 품은 채 플래닛(원제: Mira, 2022)을 봤고,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재난 스케일보다 부녀 관계에 훨씬 더 많은 무게를 실은 작품인데, 이게 장점인지 한계인지를 두고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립니다. 저도 그 경계 어딘가에서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줄거리와 결말 — 우주와 지상을 잇는 부녀 서사영화의 출발점은 단순해 보입니다. 러시아 우주정거장이 거대한 소행성을 관측하는데, 공식 발표는 "지구를 비켜가며 유성우 쇼만 펼쳐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입니다. 정부도 시민도 들떠 있고, 블라디보스토크 사람들은 옥상에 올라가 유성우를 기다립니다. 저도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전형적인 재난물의 도.. 2026. 7. 8. 아이언 도어 (밀실 스릴러, 결말 해석, 열린 엔딩)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틀기 전까지, 저예산 밀실물이라는 말에 기대치를 한참 낮춰 놨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답답하고 불쾌하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타입의 영화라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아이언 도어(Iron Doors)〉는 2010년 독일에서 제작된 1~2인극 밀실 미스터리로, 결말을 두고 지금까지도 해석이 엇갈리는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영화인데,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고, 동시에 유일한 미덕이기도 합니다.밀실이라는 공간이 던지는 질문들영화의 설정 자체는 단순합니다. 주인공 마크(엑셀 베데킨트)는 전날 술에 취한 이후 기억이 끊긴 채, 창문도 없는 콘크리트 방에서 눈을 뜹니다. 방 안에는 .. 2026. 7. 4. 똑똑똑 리뷰 (줄거리, 결말, 원작 비교) OTT를 켜놓고 뭘 볼까 30분째 고르다가 결국 그냥 보이는 거 누르는 밤이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본 게 딱 그런 밤이었습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이름 보고 별 기대 없이 눌렀는데, 끝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었습니다.오두막 안에서 시작되는 심리전영화는 처음부터 공간을 최대한 좁게 씁니다. 숲속 오두막, 네 명의 침입자, 그리고 동성 부부 에릭·앤드류와 그들의 딸 웬. 이게 전부입니다. 제가 처음 이 설정을 봤을 때는 전형적인 홈 인베이전 스릴러(Home Invasion Thriller)처럼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홈 인베이전 스릴러란 낯선 침입자가 주거 공간을 점령하면서 벌어지는 공포를 다루는 장르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2026. 6. 2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