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4 크롤 (폐쇄공간 생존, 감상 포인트, 영화 후기) 혼자 야심한 밤에 영화를 틀었다가 내내 다리를 의자 위로 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크롤〉(Crawl, 2019)은 허리케인과 악어가 동시에 덮치는 재난 공포 영화인데, 막상 보고 나서 제가 느낀 건 "악어 영화"가 아니라 "물이 차오르는 방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한 설정이지만, 그 단순함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날카로웠습니다.폐쇄공간 생존 — 이 영화가 진짜 무서운 이유〈크롤〉을 단순한 괴수물로 보고 들어갔다가 제가 예상 밖이었다고 느낀 건, 영화의 공포가 악어 자체에서 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핵심은 클로스터포비아(claustrophobia), 쉽게 말해 밀폐된 공간에 갇히는 공포입니다. 여기서 클로스터포비아란 좁고 막힌 공간에서 느끼는 극도의 불안과 공황 반응을 말.. 2026. 8. 8. 프랙티컬 매직 (마녀 상징, 자매애, 여성 서사) 마녀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직도 빗자루나 검은 고깔모자가 먼저 떠오른다면, 프랙티컬 매직은 그 이미지를 조용히 뒤집어 놓는 영화입니다. 저는 처음에 가볍게 틀었다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이게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녀 가문이라는 설정 뒤에 사랑, 저주, 자매 사이의 상처가 겹겹이 쌓여 있는 작품이었습니다.마녀 상징이 달라진 이유예전에는 마녀라는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유혹적이고 위험한 존재, 즉 남성 중심 질서 바깥에 있는 "두려워해야 할 여성"으로 주로 그려졌습니다. 학술적으로 이런 표현 방식을 마녀화(witchification)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사회 규범에서 벗어난 여성을 악의 존재로 낙인찍는 서사 장치입니다. 영화 의상이나 연출도 오랫동안 이 전형적인 이미지를 그.. 2026. 8. 6. 오토라는 남자 (까칠함, 세대소통, 치유)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20분 만에 끄려고 했습니다. 툭하면 이웃에게 소리를 지르고, 주차 규칙을 어겼다며 낯선 사람 차를 막아서는 노인이 주인공이라니, 공감은커녕 피로감이 먼저 왔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오토를 오해했다는 걸. 이 글은 그 오해가 풀리는 과정, 그리고 이 영화가 세대 간 소통과 치유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까칠함의 정체 — 상실이 만든 방어기제영화 초반, 오토는 전형적인 괴팍한 노인처럼 보입니다. 동네를 매일 순찰하고, 주차 위반이나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격렬하게 반응하죠. 처음엔 저도 "저 사람은 왜 저러나" 싶었습니다.그런데 영화가 오토의 과거를 하나씩 펼쳐 보이면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 .. 2026. 8. 5. 컨택트 2020 (어브덕션, 저예산 SF, 결말 분석) 스트리밍 앱을 뒤적이다 "컨택트 2020"이라는 제목을 마주쳤을 때, 저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Arrival)」를 굉장히 좋아했던 터라, 솔직히 그 기대를 그대로 들고 앉은 것이 실수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정리한 감상인데, 한 줄로 말하면 "소재는 괜찮았지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아쉬움이 쌓이는 영화"였습니다.어브덕션 서사의 전형성, 그리고 이 영화가 서 있는 자리어브덕션(Abduction)이란 외계인에 의한 인간 납치를 의미하는 SF 장르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외계인에게 끌려갔다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인데, 이 소재는 1970~80년대 UFO 목격담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SF 스릴러의 단골 설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컨택트 202.. 2026. 6.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