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4 기생수 파트2 (신이치 성장, 료코 모성, 고토 결말) 118분짜리 영화 한 편이 "인간이 기생생물보다 본질적으로 선한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기생수 파트 2〉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그 물음을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파트 1에서 받은 SF 액션물이라는 선입견이 이번 편에서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입니다.이즈미 신이치의 성장 — 강해졌지만 잃은 것들일반적으로 주인공이 강해지는 서사는 성장 서사로 읽힙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신이치는 어머니와 친구를 잃은 뒤 확실히 강해졌지만, 그 모습이 마냥 멋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감정과 일상의 결이 조금씩 소거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이 작품에서 신이치는 기생생물과의 공생이 낳은 부작용, 즉 공생적 변이(symbiotic alteration).. 2026. 8. 15. 기생수 파트1 (줄거리 결말, 오른쪽이 공생, 인간성) 솔직히 처음엔 그냥 괴물이 나오는 호러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가장 오래 생각했던 건 기생생물이 아니라 신이치였습니다.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기생수 파트 1〉은 이와아키 히토시의 동명 원작 만화를 실사화한 작품으로, 인간의 몸을 빼앗는 기생생물과 그에 맞서는 고등학생 이즈미 신이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공포와 액션을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 앞에 멍하니 앉아 있게 됐습니다.줄거리와 결말 — 오른손에 깃든 기생생물과 함께 살아남기〈기생수 파트 1〉의 설정은 꽤 단순하게 시작됩니다. 정체불명의 기생생물들이 지구에 도착해 인간의 뇌를 장악하고, 숙주의 얼굴과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며 인간을 먹이로 삼습니다. 여기서 '숙주(host)'란 기생생물.. 2026. 8. 14.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류하류, 글램핑갈등, 에코알레고리) 영화를 보고 나서 "그래서 악인이 누구야?"라고 물었다면, 이 영화는 아마 처음부터 그 질문을 거부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산골 마을 하라사와에 글램핑장 개발 계획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단순한 개발 반대 영화겠거니 했는데, 스크린 앞에 앉아 있던 두 시간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상류와 하류: 물길이 곧 권력 구조입니다영화가 글램핑장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화조 위치 문제였습니다. 연예기획사 '플레이모드'가 제출한 설계도에는 정화조가 마을 식수원 상류에 놓여 있었고, 주민설명회에서 마을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상류에서 하는 일은 반드시 하류에 영향을 준다." 저는 그 장면에서.. 2026. 5. 14.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선행성 기억상실, 거짓 고백, 기록) 울 준비를 단단히 했다가 "이게 전부야?" 하고 극장을 나온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에서 딱 그 기분을 느꼈습니다. 분명 눈물은 나왔는데, 나오고 나서 드는 감정이 묘하게 허전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정리하면서, 이 영화를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잘 즐길 수 있는지 같이 짚어보겠습니다.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히노 마오리는 교통사고 이후 선행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을 앓습니다. 여기서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사고 이전의 기억은 멀쩡하게 보존되지만 사고 이후 새롭게 경험하는 것들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어제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잠들고 나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입니다.이 설정 자체가 이미 강.. 2026. 4.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