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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인류 (죄책감, 변종 감염자, 부성애) 솔직히 처음 틀었을 때는 그냥 흘려볼 생각이었습니다. 좀비물 특유의 공식 — 바이러스, 도망, 생존 — 이 또 반복되겠거니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최후의 인류〉(Extinction, 2015)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고, 전투보다 침묵이 더 불편했습니다. 눈 덮인 폐허 속에서 세 사람이 서로를 외면하며 살아가는 이 영화가, 실제로는 죄책감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중반부에야 알아챘습니다.죄책감이 만든 고립 — 패트릭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인물은 패트릭(매튜 폭스)입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답답했습니다. 딸 루가 바로 옆집에 있는데도 찾아가지 않고, 알코올 의존 상태로 하루를 버티는 모습이 무책임하게 보였거든요.그.. 2026. 8. 19.
인사이드 맨 (완전범죄, 인질협상, 전쟁범죄) 달튼 러셀은 은행에서 단 한 푼도 훔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완전범죄에 성공했습니다. 처음 〈인사이드 맨〉을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말이 "이게 강도 영화가 맞나?"였습니다. 단순한 인질 협상 스릴러인 줄 알고 틀었다가, 끝날 즈음엔 전혀 다른 영화를 본 기분이었습니다.완전범죄의 설계 —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달튼 러셀(클라이브 오웬)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독백을 합니다. "나는 완전범죄를 저질렀다." 이 선언이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이자 출발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걸 단순한 허세 대사로 흘려들었는데, 다 보고 나서 다시 떠올리니 섬뜩할 정도로 정확한 예고였습니다.달튼의 계획에서 핵심은 인질 위장 전술입니다. 강도단은 은행에 들어가자마자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자신.. 2026. 8. 18.
고스트 스토리 (유령, 상실, 놓아주기)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유령 영화라는 말에 공포 장르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 2017)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관객을 놀라게 하려 들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이 흰 침대보를 뒤집어쓴 유령 하나로 꺼낸 이야기는 사랑, 상실, 그리고 놓아주지 못하는 인간의 집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이게 유령 영화라고요? 장르의 외피를 벗겨보면〈고스트 스토리〉를 처음 틀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당혹감이었습니다. 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봤는데, 개봉 초반 포스터만 보고 막연히 '분위기 있는 공포물'이려니 했거든요. 그 예상은 10분도 되지 않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영화의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분류됩니다. 판타지(fantasy)란 현.. 2026. 8. 17.
반두안 카르텔 워 (줄거리, 결말, 총평) 전과자가 주인공인 영화, 솔직히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두안: 카르텔 워〉를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개봉한 이 액션 스릴러는 출소한 전과자 달리가 하룻밤 사이에 마약 카르텔과 경찰의 전쟁에 휘말리는 이야기인데, 총격전보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훨씬 크게 와닿았습니다. 인도 타밀 영화 〈카이티〉를 공식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크롤 아즈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아론 아지즈가 주인공 달리를 연기했습니다.줄거리 — 출소 첫날, 왜 하필 이 사람이어야 했을까요제목 'Banduan'은 말레이어로 '죄수' 또는 '수감자'를 뜻합니다. 제가 이 뜻을 알고 나서 영화를 다시 떠올렸더니, 제목 자체가 이미 달리의 운명을 요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달리는 아내를.. 2026. 8. 16.
기생수 파트2 (신이치 성장, 료코 모성, 고토 결말) 118분짜리 영화 한 편이 "인간이 기생생물보다 본질적으로 선한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기생수 파트 2〉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그 물음을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파트 1에서 받은 SF 액션물이라는 선입견이 이번 편에서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입니다.이즈미 신이치의 성장 — 강해졌지만 잃은 것들일반적으로 주인공이 강해지는 서사는 성장 서사로 읽힙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신이치는 어머니와 친구를 잃은 뒤 확실히 강해졌지만, 그 모습이 마냥 멋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감정과 일상의 결이 조금씩 소거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이 작품에서 신이치는 기생생물과의 공생이 낳은 부작용, 즉 공생적 변이(symbiotic alteration).. 2026. 8. 15.
기생수 파트1 (줄거리 결말, 오른쪽이 공생, 인간성) 솔직히 처음엔 그냥 괴물이 나오는 호러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가장 오래 생각했던 건 기생생물이 아니라 신이치였습니다.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기생수 파트 1〉은 이와아키 히토시의 동명 원작 만화를 실사화한 작품으로, 인간의 몸을 빼앗는 기생생물과 그에 맞서는 고등학생 이즈미 신이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공포와 액션을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 앞에 멍하니 앉아 있게 됐습니다.줄거리와 결말 — 오른손에 깃든 기생생물과 함께 살아남기〈기생수 파트 1〉의 설정은 꽤 단순하게 시작됩니다. 정체불명의 기생생물들이 지구에 도착해 인간의 뇌를 장악하고, 숙주의 얼굴과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며 인간을 먹이로 삼습니다. 여기서 '숙주(host)'란 기생생물.. 202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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