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출생의 비밀, 성장 서사, 부성애)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그냥 액션 스릴러 정도로 예상하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괴물을 삼킨 아이"라는 제목이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었다는 걸 그때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는 출생의 비밀과 뒤틀린 부성애, 그리고 한 소년의 성장 서사가 맞물린 작품입니다.출생의 비밀이 만드는 아이러니화이는 세 살 때 '낮도깨비'라는 5인조 범죄 조직에게 유괴된 소년입니다. 그는 자신이 재계 거물 임영택과 서영화 사이에서 태어난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유괴범 다섯 명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자랍니다. 학교 대신 사격과 격투, 운전과 작전 수립을 배우면서요.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친했던 친구와 시험 성적을 두고 내기를 했던 기억이 .. 2026. 5. 26. 거북이 달린다 (소시민 서사, 블랙 코미디, 신창원 모티브) 주말에 딱히 무거운 영화는 보기 싫은데,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는 영화도 좀 아쉽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날 2009년 개봉한 〈거북이 달린다〉를 봤는데, 보고 나서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충남 예산이라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찌질하고 소박한 형사 한 명이 희대의 탈주범을 집요하게 쫓는 이야기입니다. 관객 302만 명을 넘어선 흥행작이지만, 이 영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의견이 갈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시골 형사의 소시민 서사, 공감의 양면조필성이라는 인물은 처음 등장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충남 예산 경찰서에서 일하는 형사인데, 집에서는 다섯 살 연상 아내에게 완전히 눌려 사는 사람입니다. 소싸움 대회를 앞두고 아내 몰래 비상금을 꺼내 배팅해 큰돈을 따는 장면에서 .. 2026. 5. 25. 대가족 (혈연, 선택가족, 가족의 정의) 핏줄이 없으면 가족이 아닐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가족〉은 2024년 12월 극장 개봉 후 넷플릭스와 티빙 등 OTT로 공개된 한국 휴먼 코미디로, 38년 전통 평양만두 맛집 '평만옥'을 배경으로 혈연 중심 가족관이 무너지고 재편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립니다. 솔직히 처음엔 가볍게 볼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서 꽤 오래 멍했습니다.혈연 집착과 가업 승계, 왜 이 설정이 지금도 유효한가이 영화의 핵심 배경을 이해하려면 주인공 함무옥이라는 인물의 세계관부터 짚어야 합니다. 그는 한국전쟁 중 동생을 잃고 맨손으로 종로에 만두집을 일군 자수성가형 인물입니다. 그가 평생 집착한 건 '가업 승계'라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가업 승계란 사업체나 가게.. 2026. 4.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