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화136 러브 앤 몬스터즈 (아포칼립스, 성장 서사, 보이) 솔직히 처음엔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틀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포스터만 보고 "거대 괴물 나오는 B급 모험물이겠거니" 했는데, 다 보고 나서 생각보다 오래 여운이 남았습니다. 러브 앤 몬스터즈는 인류의 95%가 멸망한 세계에서 한 남자가 첫사랑을 찾아 135km를 걷는 이야기입니다. 장르는 SF·모험이지만, 정작 화면에서 가장 강하게 남는 건 사람 냄새였습니다.인류 멸망 세계관, 그런데 왜 이렇게 가볍지영화의 배경 설정은 꽤 무겁습니다. 소행성 충돌을 막으려고 발사한 로켓에서 화학물질이 퍼지고, 그 물질이 곤충·양서류·파충류 같은 변온동물에 영향을 미쳐 거대 괴물로 돌연변이를 일으킵니다. 여기서 변온동물이란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생물군을 말하는데, 인간 같은 정온동물은 영향을 받지 않아 살아남은 .. 2026. 5. 29. 강철의 연금술사 실사판 (원작비교, 아쉬운점, 브라더후드) 실사 영화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습니다. 기대와 실망이 뒤섞인 묘한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원작과 브라더후드를 이미 본 상태에서 영화를 본 건데, 영화만 먼저 봤다면 이 작품 세계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이 글은 실사판에서 느낀 아쉬움을 원작과 비교하며 솔직하게 풀어낸 기록입니다.원작 팬이 실사판에서 제일 먼저 느끼는 것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10분쯤 지났을 때, 저는 이미 "이게 가능하긴 한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화와 애니에서 수백 화에 걸쳐 쌓아 올린 서사를 두 시간짜리 영화 한 편에 욱여넣는 건, 처음부터 구조적으로 무리가 있는 도전입니다.실사판은 서사 압축(narrative compressi.. 2026. 5. 28. 갱스 오브 뉴욕 (빌 더 부처, 복수 서사, 역사 비판) 뉴욕이 '기회의 도시'가 되기 전, 그 땅은 피와 증오로 먼저 적셔졌습니다. 2002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은 그 불편한 사실을 정면으로 들이밉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166분 내내 불편했는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가 됐습니다.빌 더 부처라는 캐릭터, 주인공을 삼켜버리다영화의 서사 구조는 고전적인 복수극의 형태를 따릅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원수를 찾아 돌아오는 이야기, 이른바 '귀환 서사(Return Narrative)'라고 불리는 틀입니다. 귀환 서사란 주인공이 어떤 상실이나 추방을 겪은 뒤 원래의 공간으로 복귀해 정체성을 되찾거나 복수를 완수하는 서사 구조를 가리킵니다. 서부극에서 누아르 영화까지 수도 없이 반복된 형식이지만, 「갱스 오브 .. 2026. 5. 27. 탑건 1·2편 비교 (캐릭터 변화, 이데올로기, 연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탑건: 매버릭'을 먼저 보고 1편을 나중에 봤습니다. 순서가 바뀐 셈인데, 덕분에 두 영화의 차이가 훨씬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속편은 원작을 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탑건 시리즈는 그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은 드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캐릭터 변화: 자기 과시에서 자기 처벌로1편의 매버릭은 RIO(Radar Intercept Officer), 즉 후방석에 탑승해 레이더와 무장을 담당하는 항법 장교와 짝을 이뤄 하늘을 누비는 천재 파일럿입니다. 여기서 RIO란 조종사 혼자 작전을 수행하기 어려운 복좌 전투기 체계에서 전술 판단과 무장 운용을 전담하는 핵심 승무원을 말합니다. 매버릭과 구스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을 넘어 이 전투 시스템의 두 축인 셈인데, 그래서 구스의 죽음이.. 2026. 5. 24. 탑건 매버릭 (관람 후기, 세대 교체, 도그파이트)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1986년 원작의 후광을 등에 업고 36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라는 설명만 들었을 때, "이거 추억팔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아이맥스 관에서 불이 꺼지고 오프닝이 시작되는 순간, 그 의심이 완전히 날아갔습니다. 「탑건: 매버릭」은 제가 최근 몇 년 사이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가장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 작품이었습니다.관람 후기: 몸으로 먼저 느낀 영화혹시 영화를 보면서 어깨가 저절로 굳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미션 시퀀스에서 그랬습니다.매버릭이 훈련된 파일럿들을 이끌고 산악 협곡을 초저공 비행으로 파고드는 장면에서, 머리로는 '주인공이 죽지는 않겠지'라고 알면서도 등받이에 등을 붙이지 못하고 앞으로 쏠렸.. 2026. 5. 23. 이프 온리 (반복 구조, 운명과 선택, 희생의 의미) 오래 사귄 연인에게 별말 없이 지나쳤던 날이 있으신가요. 저는 몇 해 전, 중요한 공연에 함께 가겠다고 해놓고 일 때문에 늦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날 상대방 얼굴이 어떤 표정이었는지, 아직도 가끔 떠오릅니다. 영화 이프 온리(If Only, 2004)를 보고 나서 그 기억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반복 구조가 드러내는 것: 같은 하루, 다른 밀도이프 온리는 같은 하루를 두 번 보여주는 서사 장치를 씁니다. 영화 용어로는 내러티브 미러링(narrative mirroring)이라고 부르는 방식인데, 여기서 내러티브 미러링이란 동일한 사건을 두 번 반복 배치해 인물의 태도 변화를 극적으로 부각하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첫 번째 하루에서 이안은 사만다의 졸업 연주회에 늦고, 그녀의 말을 흘려듣고, 일정.. 2026. 5. 21.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