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화136 마이클 (서사 선택, 신화화, 역사 왜곡) 전기 영화는 진실을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진실"이 처음부터 골라낸 진실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전기(傳記)라고 불러도 될까요? 영화 「마이클」을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저는 딱 이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영화가 과연 한 사람의 삶을 제대로 기록한 것인지, 아니면 정교하게 편집된 신화를 다시 상영한 것인지.서사 선택의 문제: 1988년에서 멈춘 전기전기 영화 장르에서 서사 압축(narrative compression)이란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서사 압축이란 실제로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난 사건들을 두 시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맞추기 위해, 일부 사건을 합치거나 순서를 바꾸거나 생략하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에비에이터」도.. 2026. 5. 18.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프리퀄 서사, 상징 분석, 복수극) 극장을 나오면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 영화, 복수극이 아니구나"였습니다. 황무지를 가르는 추격전보다 곰인형과 씨앗 하나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고, 나였다면 저 선택들 앞에서 과연 어떻게 했을지를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되뇌었습니다.황무지에서 시작된 신화, 그 배경과 맥락이 영화는 2015년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prequel)입니다. 프리퀄이란 기존 작품의 시간적 이전을 배경으로 주요 인물의 기원을 다루는 전편 형식을 말합니다. 조지 밀러 감독은 《분노의 도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사 퓨리오사가 어떻게 그 자리에 서게 됐는지를, 약 20년에 가까운 시간 스케일로 펼쳐 보입니다.배경은 문명 붕괴 45년 후의 .. 2026. 5. 17. 아노라 (신데렐라 서사, 계급 구조, 결말 해석)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노라」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제7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97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한 5관왕을 차지한 작품이지만, 저는 그 수상 이력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느낀 그 묘한 불편함이 먼저 떠오릅니다.신데렐라 서사를 해체하는 방식영화는 처음부터 관객을 속이는 데 매우 능숙합니다. 브루클린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23세 우즈베키스탄계 미국인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 아들 이반을 만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충동적으로 결혼하는 1막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내러티브(Cinderella narrative)를 따라갑니다. 여기서 신데렐라 내러티브란 하층 계급의 여성이 상층 계급 남성과의 결합을 통해 계급 상승을 이루는 서사 구조를.. 2026. 5. 16. 추락의 해부 (법정 드라마, 진실의 불가능성, 서사 구조) 법정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나라면 어느 쪽 말을 믿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는 「추락의 해부」를 보는 내내 그 질문을 반복했고, 끝내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극장을 나왔습니다. 제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96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남편의 추락사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통해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를 집요하게 흔드는 영화입니다.법정 드라마가 건드린 것: 사건이 아니라 서사「추락의 해부」를 단순한 법정 드라마로 접근하면 절반은 놓치게 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누가 사무엘을 죽였는가'보다 '어떤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가'에 집중합니다. 검사는 부부 싸움 녹음 파일과 혈흔 위치를 조합해 '분노한 아내의 살인' 프레임을 만들고, .. 2026. 5. 15.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류하류, 글램핑갈등, 에코알레고리) 영화를 보고 나서 "그래서 악인이 누구야?"라고 물었다면, 이 영화는 아마 처음부터 그 질문을 거부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산골 마을 하라사와에 글램핑장 개발 계획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단순한 개발 반대 영화겠거니 했는데, 스크린 앞에 앉아 있던 두 시간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상류와 하류: 물길이 곧 권력 구조입니다영화가 글램핑장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화조 위치 문제였습니다. 연예기획사 '플레이모드'가 제출한 설계도에는 정화조가 마을 식수원 상류에 놓여 있었고, 주민설명회에서 마을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상류에서 하는 일은 반드시 하류에 영향을 준다." 저는 그 장면에서.. 2026. 5. 14. 노 베어스 (메타픽션, 두 커플의 비극, 경계의 폭력) 사랑이 국경을 넘지 못하면, 그건 국경 탓일까요, 사랑 탓일까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노 베어스」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정치적 망명을 꿈꾸는 커플과 마을 관습의 벽에 막힌 연인, 두 쌍의 비극이 나란히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이게 영화 속 이야기인가, 지금 어딘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인가" 하는 경계가 점점 흐릿해졌습니다.세 겹의 이야기, 하나의 카메라「노 베어스」는 메타픽션(meta-fiction) 구조로 짜여진 작품입니다. 메타픽션이란 영화나 소설이 자기 자신이 허구임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면서, 현실과 재현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무는 기법입니다. 이 영화는 그 형식을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정치적 발언의 도구로 씁니다.이란 정부로부터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 2026. 5. 13.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