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화136 하나 그리고 둘 (대만 뉴웨이브, 에드워드 양, 가족 드라마) 173분짜리 영화를 틀어놓고 중간에 멈추지 않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을 처음 재생했을 때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큰 사건 하나 없이 한 가족의 일상만 따라가는 영화가 세 시간 가까이 지속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끝 크레딧이 올라올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 글에서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대만 뉴웨이브라는 흐름 속에서 태어난 영화《하나 그리고 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대만 뉴웨이브(Taiwan New Cinema)라는 맥락을 먼저 짚어봐야 합니다. 여기서 대만 뉴웨이브란, 1980년대 초 대만에서 국가 선전이나 상업 오락 중심의 영화 문법을 거부하고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 변화를 사실주의적으로 포착한 영화 운동을 말합니다. 쉽게.. 2026. 8. 22. 프리미티브 워 쥬라기 전쟁 (베트남전, 공룡액션, 생존결말) 베트남전 정글에서 공룡과 싸운다는 설정,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그 황당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프리미티브 워: 쥬라기 전쟁》은 1968년 베트남 정글에 공룡을 풀어놓은 호주산 밀리터리 서바이벌 액션으로, 저예산이지만 장르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베트남전 정글에 공룡이 나온다는 게 실제로 어떤 느낌이냐면전쟁영화를 고를 때 저는 보통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틀 안에서 감상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대립, 전장의 공포, 생존과 윤리의 충돌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 틀을 아예 깨버립니다. 실종된 그린베레 특수부대를 추적하러 들어간 벌처 분대가 마주한 건 적군의 매복이 아니라, 수백만 년 전에 멸종했어야 할.. 2026. 8. 21. 리스타트 영화 (게임적 구조, 타임루프, 가족 서사) 타임루프 영화를 보면 뭔가 철학적이고 무거울 거라 예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리스타트》를 틀었을 때, 첫 5분도 안 돼서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알았습니다. 죽고 또 죽는 주인공이 절망하는 게 아니라, 능청스럽게 암살자를 피하면서 능숙하게 하루를 헤쳐나가는 장면이 펼쳐졌거든요. 그 순간부터 이 영화는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굴러갔습니다.게임적 구조 — 죽음이 쌓일수록 강해지는 방식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타임루프(Time Loop) 구조를 이렇게 게임 문법으로 노골적으로 풀어낸 영화를 전에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여기서 타임루프란 특정 시점이 반복되는 시간 구조를 말합니다. 보통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이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거나 윤리적 갈등을 겪는.. 2026. 8. 20. 최후의 인류 (죄책감, 변종 감염자, 부성애) 솔직히 처음 틀었을 때는 그냥 흘려볼 생각이었습니다. 좀비물 특유의 공식 — 바이러스, 도망, 생존 — 이 또 반복되겠거니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최후의 인류〉(Extinction, 2015)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고, 전투보다 침묵이 더 불편했습니다. 눈 덮인 폐허 속에서 세 사람이 서로를 외면하며 살아가는 이 영화가, 실제로는 죄책감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중반부에야 알아챘습니다.죄책감이 만든 고립 — 패트릭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인물은 패트릭(매튜 폭스)입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답답했습니다. 딸 루가 바로 옆집에 있는데도 찾아가지 않고, 알코올 의존 상태로 하루를 버티는 모습이 무책임하게 보였거든요.그.. 2026. 8. 19. 인사이드 맨 (완전범죄, 인질협상, 전쟁범죄) 달튼 러셀은 은행에서 단 한 푼도 훔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완전범죄에 성공했습니다. 처음 〈인사이드 맨〉을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말이 "이게 강도 영화가 맞나?"였습니다. 단순한 인질 협상 스릴러인 줄 알고 틀었다가, 끝날 즈음엔 전혀 다른 영화를 본 기분이었습니다.완전범죄의 설계 —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달튼 러셀(클라이브 오웬)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독백을 합니다. "나는 완전범죄를 저질렀다." 이 선언이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이자 출발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걸 단순한 허세 대사로 흘려들었는데, 다 보고 나서 다시 떠올리니 섬뜩할 정도로 정확한 예고였습니다.달튼의 계획에서 핵심은 인질 위장 전술입니다. 강도단은 은행에 들어가자마자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자신.. 2026. 8. 18. 고스트 스토리 (유령, 상실, 놓아주기)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유령 영화라는 말에 공포 장르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 2017)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관객을 놀라게 하려 들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이 흰 침대보를 뒤집어쓴 유령 하나로 꺼낸 이야기는 사랑, 상실, 그리고 놓아주지 못하는 인간의 집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이게 유령 영화라고요? 장르의 외피를 벗겨보면〈고스트 스토리〉를 처음 틀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당혹감이었습니다. 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봤는데, 개봉 초반 포스터만 보고 막연히 '분위기 있는 공포물'이려니 했거든요. 그 예상은 10분도 되지 않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영화의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분류됩니다. 판타지(fantasy)란 현.. 2026. 8. 17. 이전 1 ··· 3 4 5 6 7 8 9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