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영화3 보이후드 (관찰자, 성장 서사, 올리비아)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165분짜리 성장 영화"라는 말에 적잖이 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지루하다는 생각보다 "내 옛날 앨범 어딘가 있는 것 같다"는 이상한 기시감이 남았습니다. 드라마틱한 반전도, 숨막히는 클라이맥스도 없는 영화가 왜 이렇게 긴 여운을 남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봐야 더 깊이 볼 수 있는지를 경험 기반으로 풀어보겠습니다.12년 촬영이라는 형식, 그게 정말 효과적이었나보이후드의 핵심 제작 방식은 롱기튜디널 촬영(longitudinal filming)입니다. 여기서 롱기튜디널 촬영이란 동일한 피사체나 인물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 촬영하며 시간의 변화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주로 쓰이던 개념입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이것을 극영화에 .. 2026. 5. 5.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름 상징, 성장 서사, 결말 해석)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귀신 나오는 판타지 동화"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제가 놓쳤던 장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이 작품이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2001년 개봉 이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과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 왜 지금도 이렇게 많이 분석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이름을 빼앗긴다는 것의 의미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장치는 '이름 계약'입니다. 온천장 주인인 마녀 유바바는 고용 계약을 맺으면서 상대방의 이름을 가져갑니다. 주인공 치히로는 '센(千)'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본명을 잊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이 설정은 단순한 마법 규.. 2026. 5. 4. 대도시의 사랑법 (퀴어 서사, 아웃팅, 열린 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상업 영화에서 퀴어 서사가 이 정도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았습니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극장에 들어갔는데, 보고 나와서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재희와 흥수라는 두 인물이 13년을 함께 살아낸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기 때문입니다.이 영화가 퀴어 로맨스가 아닌 이유〈대도시의 사랑법〉은 분명 퀴어 서사(Queer Narrative)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퀴어 서사란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퀴어 로맨스, 즉 동성 커플의 연애 이야기로 소비되기를 거부합니다.흥수는 게이 남성이고, 재희는 이성애자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연인이.. 2026. 4.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