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63 더 킬러스 (옴니버스 누아르, 심은경, 업자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에 들어갈 때는 "그냥 범죄 누아르 모음집이겠지" 싶었는데, 나오면서는 머릿속에서 네 편의 잔상이 뒤엉켜 한동안 정리가 안 됐습니다. 4명의 감독이 헤밍웨이 단편 「살인자들」을 모티브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옴니버스 누아르 《더 킬러스》, 직접 극장에서 보고 느낀 걸 그대로 써봅니다.옴니버스 구조가 주는 리듬감, 그리고 피로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119분짜리 영화임에도 체감 시간이 꽤 묵직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편 한 편이 끝날 때마다 관객이 감정을 리셋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옴니버스(omnibus)란 독립된 단편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 상영하는 영화 형식입니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편이 공통 주제나 모티브 아래 .. 2026. 4. 17. 아마존 활명수 (관람 후기, 류승룡, 결말 분석) 전직 양궁 국가대표가 아마존 오지에서 '신급 활 솜씨'를 가진 원주민 전사 3인방을 발굴해 세계 양궁 대회에 내보낸다는 설정, 처음 들었을 때 저도 한 번 피식했습니다. 2024년 10월 30일 개봉한 「아마존 활명수」는 113분짜리 코미디 스포츠 모험극인데, 극장에서 직접 보고 나서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웃기려는 욕심과 메시지를 담으려는 욕심이 동시에 보이는 영화라, 지금부터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류승룡·진선규 조합, 실제로 보면 어떨까류승룡이 연기한 조진봉은 전 양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출신 직장인입니다. 문제는 지금은 구조조정 1순위라는 현실이죠. 이 설정이 저는 의외로 와닿았습니다. '전성기는 지났고, 남은 건 버티는 것뿐'이라는 감각이 한국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 2026. 4. 15. 파일럿 (흥행 분석, 관람 후기, 젠더 코미디) 여장 코미디가 흥행한다고 하면, 대개 "그냥 웃자고 만든 영화 아냐?"라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파일럿〉을 실제로 보고 나서는 그 판단을 상당 부분 거둬들여야 했습니다. 웃기기도 했고, 묵직하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세 감정이 동시에 올라오는 영화가 과연 단순한 여름 코미디일까요.흥행 분석: 숫자로 보는 〈파일럿〉의 흥행 구조〈파일럿〉은 2024년 여름 개봉한 한국 코미디 영화로, 스타 파일럿이 방송 중 말실수 한 번으로 커리어 전체를 잃고 여성 파일럿으로 위장해 다시 조종간을 잡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화제를 모은 데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우선 원작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파일럿〉은 스웨덴 영화 〈Cockpi.. 2026. 4. 14. 말할 수 없는 비밀 (시간여행 설정, 서사 구조, 열린 결말) 설 연휴 개봉 직후 예매율 1위, 좌석 점유율 1위를 동시에 기록하며 손익분기점 8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있습니다. 2025년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저도 개봉 첫 주에 극장을 찾았는데, 솔직히 이 정도 반응이 나올 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음악이 지워지지 않았고, 동시에 꽤 복잡한 감정이 남았습니다.시간여행 설정이 만든 감성과 서사의 간극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논타선형 내러티브(Non-linear Narrative)입니다. 논타선형 내러티브란 사건이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거나 뒤섞이는 구성 방식을 말합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피아노 연주를 통한 시간 이동'이라는 판타지 장치를 내러티브의 중심에 놓습니다.. 2026. 4. 13. 대도시의 사랑법 (퀴어 서사, 아웃팅, 열린 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상업 영화에서 퀴어 서사가 이 정도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았습니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극장에 들어갔는데, 보고 나와서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재희와 흥수라는 두 인물이 13년을 함께 살아낸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기 때문입니다.이 영화가 퀴어 로맨스가 아닌 이유〈대도시의 사랑법〉은 분명 퀴어 서사(Queer Narrative)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퀴어 서사란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퀴어 로맨스, 즉 동성 커플의 연애 이야기로 소비되기를 거부합니다.흥수는 게이 남성이고, 재희는 이성애자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연인이.. 2026. 4. 8. 하얼빈 (역사 고증, 내부 갈등, 관람 포인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작이라길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대형 오락 영화겠거니 했는데, 상영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중심으로, 그 의거에 이르기까지 독립군 동지들이 겪는 신념과 배신, 희생을 담은 역사 드라마입니다. 잘 만든 영화이지만, 칭찬만 늘어놓기에는 아쉬운 지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역사 고증: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픽션인가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붙들고 있었던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어디까지가 사료에 근거한 내용이고, 어디부터가 영화적 상상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큰 줄기는 역사와 일치합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2026. 4. 7. 이전 1 ··· 4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