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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40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1인2역, 결말 해석, 천만영화) 영화 한 편이 끝나고 나서도 좌석을 쉽게 못 떴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는 2012년 극장을 나오면서 "좋은 왕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 38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천만 영화입니다. 흥행 수치만이 아니라, 지금 다시 봐도 정치와 리더십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승정원일기의 빈 15일, 이 영화가 시작된 자리조선 광해군 8년, 붕당 정치가 극에 달하던 시기입니다. 붕당 정치란 조선 중·후기 사림 세력이 이념과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나뉘어 서로 권력을 다투던 정치 구조를 뜻합니다. 왕은 하루가 멀다 하고 독살 위협을 느끼며 점점 폭군의 모습을 띠어갔고, 영화는 바로 그 공백에서 출발합니다.. 2026. 4. 5.
영화 관상 (팩션사극, 계유정난, 운명과선택) 영화를 보기 전부터 반신반의했습니다. '관상'이라는 소재가 조선 초기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과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자칫하면 진지함도 재미도 다 놓치는 애매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막상 끝까지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건 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능력조차 무력하게 만드는 시대의 구조였습니다.관상학이라는 소재가 정치 스릴러와 맞닿는 방식솔직히 처음에는 관상학을 스토리의 중심에 놓는다는 설정이 다소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관상학이란 사람의 얼굴, 골격, 눈빛 등 외형적 특징을 통해 성품과 운명을 읽어내는 동양의 전통 술수학을 말합니다. 미신으로 치부되기 쉬운 이 소재를 영화는 정치적 판단 도구로 끌어올립니다.주인공 김내경이.. 2026. 4. 4.
기생충 (계급 상징, 결말 해석, 아카데미)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가 있습니다. 2020년 제92회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거머쥐었을 때, 저는 솔직히 "설마 되겠어?" 하는 반신반의로 중계를 틀었다가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밤 이후 기생충은 저에게 단순한 한국 영화 이상의 무언가가 되었습니다.계급 상징: 반지하·계단·냄새가 말하는 것기생충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공간 상징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미장센(mise-en-scène)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공간, 조명, 인물 위치 등)를 통해 감정과 의미를 전달하는 연출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대사 없이 공간만으로 계급을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2026. 4. 4.
범죄의 여왕 결말 (모성애, 구조적폭력, 시민정의) 《범죄의 여왕》은 2016년 개봉 당시 네이버 평점 8.41점을 기록했지만 관객 수는 4.3만 명에 그쳤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뒤늦게 접했는데, 왜 이렇게 좋은 영화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는지 아쉬웠습니다. 전주의 미용실 사장 양미경이 서울 고시원에서 벌어진 범죄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한국 사회 하층민의 현실을 날것으로 보여줍니다. 10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모성애를 넘어선 개인의 각성영화 초반, 양미경은 전형적인 '아들 바라기 엄마'로 보입니다. 고시생 아들 익수에게 걸려온 수도요금 120만 원 청구 통화는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미경의 행동 동기가 단순한 모성애.. 2026.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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