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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59

몽상가들 (청춘의 환상, 68혁명, 열린 결말)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는 그냥 에바 그린 데뷔작이라는 이유 하나로 골랐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 가까이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2003)은 청춘의 자유를 찬양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제가 느낀 건 그 반대였습니다. 자유를 말하면서 서로를 옭아매는 세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결국 그 환상을 깨뜨리는 1968년 파리의 혁명. 이 영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두고는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꽤 갈리는 것 같습니다.청춘의 환상 — 집 안에 만든 작은 이상향영화는 미국 유학생 매튜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앞 시위 현장에서 쌍둥이 남매 이사벨과 테오를 만나며 시작됩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란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영상 아카이브 기관으로, 당시 관장 앙리 .. 2026. 8. 23.
하나 그리고 둘 (대만 뉴웨이브, 에드워드 양, 가족 드라마) 173분짜리 영화를 틀어놓고 중간에 멈추지 않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을 처음 재생했을 때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큰 사건 하나 없이 한 가족의 일상만 따라가는 영화가 세 시간 가까이 지속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끝 크레딧이 올라올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 글에서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대만 뉴웨이브라는 흐름 속에서 태어난 영화《하나 그리고 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대만 뉴웨이브(Taiwan New Cinema)라는 맥락을 먼저 짚어봐야 합니다. 여기서 대만 뉴웨이브란, 1980년대 초 대만에서 국가 선전이나 상업 오락 중심의 영화 문법을 거부하고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 변화를 사실주의적으로 포착한 영화 운동을 말합니다. 쉽게.. 2026. 8. 22.
리스타트 영화 (게임적 구조, 타임루프, 가족 서사) 타임루프 영화를 보면 뭔가 철학적이고 무거울 거라 예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리스타트》를 틀었을 때, 첫 5분도 안 돼서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알았습니다. 죽고 또 죽는 주인공이 절망하는 게 아니라, 능청스럽게 암살자를 피하면서 능숙하게 하루를 헤쳐나가는 장면이 펼쳐졌거든요. 그 순간부터 이 영화는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굴러갔습니다.게임적 구조 — 죽음이 쌓일수록 강해지는 방식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타임루프(Time Loop) 구조를 이렇게 게임 문법으로 노골적으로 풀어낸 영화를 전에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여기서 타임루프란 특정 시점이 반복되는 시간 구조를 말합니다. 보통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이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거나 윤리적 갈등을 겪는.. 2026. 8. 20.
최후의 인류 (죄책감, 변종 감염자, 부성애) 솔직히 처음 틀었을 때는 그냥 흘려볼 생각이었습니다. 좀비물 특유의 공식 — 바이러스, 도망, 생존 — 이 또 반복되겠거니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최후의 인류〉(Extinction, 2015)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고, 전투보다 침묵이 더 불편했습니다. 눈 덮인 폐허 속에서 세 사람이 서로를 외면하며 살아가는 이 영화가, 실제로는 죄책감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중반부에야 알아챘습니다.죄책감이 만든 고립 — 패트릭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인물은 패트릭(매튜 폭스)입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답답했습니다. 딸 루가 바로 옆집에 있는데도 찾아가지 않고, 알코올 의존 상태로 하루를 버티는 모습이 무책임하게 보였거든요.그.. 2026. 8. 19.
인사이드 맨 (완전범죄, 인질협상, 전쟁범죄) 달튼 러셀은 은행에서 단 한 푼도 훔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완전범죄에 성공했습니다. 처음 〈인사이드 맨〉을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말이 "이게 강도 영화가 맞나?"였습니다. 단순한 인질 협상 스릴러인 줄 알고 틀었다가, 끝날 즈음엔 전혀 다른 영화를 본 기분이었습니다.완전범죄의 설계 —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달튼 러셀(클라이브 오웬)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독백을 합니다. "나는 완전범죄를 저질렀다." 이 선언이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이자 출발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걸 단순한 허세 대사로 흘려들었는데, 다 보고 나서 다시 떠올리니 섬뜩할 정도로 정확한 예고였습니다.달튼의 계획에서 핵심은 인질 위장 전술입니다. 강도단은 은행에 들어가자마자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자신.. 2026. 8. 18.
고스트 스토리 (유령, 상실, 놓아주기)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유령 영화라는 말에 공포 장르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 2017)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관객을 놀라게 하려 들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이 흰 침대보를 뒤집어쓴 유령 하나로 꺼낸 이야기는 사랑, 상실, 그리고 놓아주지 못하는 인간의 집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이게 유령 영화라고요? 장르의 외피를 벗겨보면〈고스트 스토리〉를 처음 틀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당혹감이었습니다. 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봤는데, 개봉 초반 포스터만 보고 막연히 '분위기 있는 공포물'이려니 했거든요. 그 예상은 10분도 되지 않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영화의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분류됩니다. 판타지(fantasy)란 현.. 2026.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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