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59 언포기버블 (반전 진실, 낙인과 재사회화, 열린 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범죄 스릴러로 예상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살인 전과자의 출소 이후'라는 설명만 보고 눌렀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스릴러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제 삶이 괜히 같이 축소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갑고 눌려 있는 영화였습니다.반전 진실 — 루스는 정말 살인범이었는가영화는 루스 슬레이터(산드라 블록)가 경찰 살인죄로 20년을 복역하고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전과자의 재사회화 이야기'처럼 흘러가지만, 클라이맥스에서 뒤집히는 반전 진실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20년 전, 다섯 살짜리 동생 케이트가 퇴거를 집행하러 들어온 경찰관 맥을 향해 총을 쐈습니다. 루스는 그 장면을 목격했고, 어린.. 2026. 4. 25. 빠삐용 2017 리뷰 (리메이크, 찰리 허넘, 라미 말렉)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리메이크작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1973년 원작이 있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든 탈옥 드라마였고, 동시에 "그래서 이걸 왜 다시 만들었나"라는 질문도 더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2017년 「빠삐용」,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드는 영화입니다.리메이크가 먼저라면 이것부터 확인하세요2017년판 「빠삐용」은 1930년대 프랑스령 기아나, 그러니까 남미에 실제로 존재했던 식민지 유형지를 배경으로 합니다. 실존 인물 앙리 샤리에르의 자전적 탈옥기를 원작으로 하며, 그가 가슴에 새긴 나비 문신 때문에 붙은 별명이 바로 '빠삐용(Papillon)'입니다.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하는 단어인데, 저는 처음 이 사실을 알.. 2026. 4. 22. 가타카 리뷰 (유전자 계급, 의지, 디스토피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 때 그냥 90년대 SF 영화 한 편 보겠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유전자가 운명인가"라는 질문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제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유전자 계급사회, 과장된 미래인가가타카(1997)의 배경은 유전자 조작과 시험관 수정이 일상화된 미래 사회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유전자 검사 결과 한 장이 그 사람의 직업, 기회, 수명을 사실상 결정해버립니다.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유효자(Valid)로 불리며 사회 상층부를 차지하고,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사람은 부적격자(In-Valid)로 분류되어 단순 노동에만 머물게 됩니다.여기서 우생학(Eugenics)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우.. 2026. 4. 18. 말할 수 없는 비밀 (시간여행 설정, 서사 구조, 열린 결말) 설 연휴 개봉 직후 예매율 1위, 좌석 점유율 1위를 동시에 기록하며 손익분기점 8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있습니다. 2025년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저도 개봉 첫 주에 극장을 찾았는데, 솔직히 이 정도 반응이 나올 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음악이 지워지지 않았고, 동시에 꽤 복잡한 감정이 남았습니다.시간여행 설정이 만든 감성과 서사의 간극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논타선형 내러티브(Non-linear Narrative)입니다. 논타선형 내러티브란 사건이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거나 뒤섞이는 구성 방식을 말합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피아노 연주를 통한 시간 이동'이라는 판타지 장치를 내러티브의 중심에 놓습니다.. 2026. 4. 13. 대도시의 사랑법 (퀴어 서사, 아웃팅, 열린 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상업 영화에서 퀴어 서사가 이 정도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았습니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극장에 들어갔는데, 보고 나와서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재희와 흥수라는 두 인물이 13년을 함께 살아낸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기 때문입니다.이 영화가 퀴어 로맨스가 아닌 이유〈대도시의 사랑법〉은 분명 퀴어 서사(Queer Narrative)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퀴어 서사란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퀴어 로맨스, 즉 동성 커플의 연애 이야기로 소비되기를 거부합니다.흥수는 게이 남성이고, 재희는 이성애자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연인이.. 2026. 4. 8. 하얼빈 (역사 고증, 내부 갈등, 관람 포인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작이라길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대형 오락 영화겠거니 했는데, 상영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중심으로, 그 의거에 이르기까지 독립군 동지들이 겪는 신념과 배신, 희생을 담은 역사 드라마입니다. 잘 만든 영화이지만, 칭찬만 늘어놓기에는 아쉬운 지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역사 고증: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픽션인가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붙들고 있었던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어디까지가 사료에 근거한 내용이고, 어디부터가 영화적 상상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큰 줄기는 역사와 일치합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2026. 4. 7. 이전 1 ···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