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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클로저 데이 (워덱스, 디스클로저, Listen) 외계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정작 인간에 대한 영화를 보고 나온 적 있으신가요? 저는 디스클로저 데이를 보고 나서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UAP(미확인 비정상 현상, 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의 약자로 과거 UFO라 불리던 개념을 포괄하는 최신 용어입니다)와 정부 비밀조직, 전 세계 동시 생중계를 앞세운 하드 SF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실제로 마주한 건 그 어떤 우주선보다 인간의 공포와 욕망이 훨씬 크게 자리 잡은 영화였습니다.워덱스가 드러낸 것은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이었습니다영화 초반, 70여 년간 외계 관련 사건을 독점·은폐해 온 비밀조직 워덱스(WRDEX)의 존재가 드러납니다. 여기서 저는 이 조직이 단순한 악당 집단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 2026. 6. 15.
설국열차 (계급구조, 관리된혁명, 결말해석) 꼬리칸에서 시작한 혁명이 사실 처음부터 윌포드가 설계한 것이었다면, 우리는 그 혁명을 여전히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그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액션보다 답답함이 먼저 밀려왔는데, 보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열차라는 계급구조, 현실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설국열차의 세계는 디스토피아(dystopia)를 배경으로 합니다. 여기서 디스토피아란 사회 질서가 극단적으로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가상의 미래 사회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유토피아의 반대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 디스토피아의 무대는 열차 한 대입니다. 기후 조절 물질 CW-7의 부작용으로 지구 전체가 얼어붙고, 살아남은 인류는 오직 이 열차 안에.. 2026. 6. 5.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세계관, 캐릭터, 비판) 솔직히 말하면, 저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보고 나서 이 시리즈에 약간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 예고편이 나왔을 때도 "또 섬, 또 도망"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니 제 예상이 절반쯤은 맞고 절반쯤은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공룡이 일상이 된 세계, 이번엔 다르게 시작한다〈새로운 시작〉은 〈도미니언〉 이후 약 5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공룡이 자연 생태계 전반에 퍼진 상황, 즉 생태적 교란(ecological disruption)이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생태적 교란이란 외래종이나 새로운 포식자 유입으로 기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영화 속 세계는 그 규모가 지구 전체라는 점에서 기존 시리즈와 결이 다릅니다.영화.. 2026. 4. 30.
가타카 리뷰 (유전자 계급, 의지, 디스토피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 때 그냥 90년대 SF 영화 한 편 보겠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유전자가 운명인가"라는 질문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제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유전자 계급사회, 과장된 미래인가가타카(1997)의 배경은 유전자 조작과 시험관 수정이 일상화된 미래 사회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유전자 검사 결과 한 장이 그 사람의 직업, 기회, 수명을 사실상 결정해버립니다.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유효자(Valid)로 불리며 사회 상층부를 차지하고,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사람은 부적격자(In-Valid)로 분류되어 단순 노동에만 머물게 됩니다.여기서 우생학(Eugenics)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우.. 2026. 4. 18.
인터스텔라 해석 (물리학, 시간 상대성, 5차원) 시간이 장소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저는 인터스텔라를 처음 봤을 때 밀러 행성 장면에서 이 질문에 완전히 사로잡혔습니다. 주인공이 행성에서 몇 시간만 보냈을 뿐인데 우주선에 남은 동료는 23년을 늙어버린 장면, 그리고 한꺼번에 쏟아지는 수십 년치 영상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는 쿠퍼의 표정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4년 작품 인터스텔라는 단순한 우주 SF가 아니라, 현대 물리학 이론을 영화 언어로 번역한 독특한 시도입니다. 블랙홀 연구의 권위자인 킵 손 박사가 직접 자문을 맡아 일반상대성이론의 수식까지 영상에 반영했고, 그 결과물이 과학 논문으로까지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물리학 교과서이자 감정 드라마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상대성이론과 .. 2026.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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