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6 블랙 크랩 (모성, 생화학무기, 전쟁윤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얼어붙은 바다 위를 스케이트로 건넌다는 설정만 보고 '아이디어 하나로 버티는 영화겠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한동안 다른 생각을 못 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전쟁 스릴러 「블랙 크랩」, 전쟁이 한 엄마의 사랑을 어떻게 연료로 쓰는지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딸을 잃어버리는 데 걸린 시간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도시는 붕괴합니다. 갑작스러운 내전, 쏟아지는 총성, 그리고 차 문이 열리고 닫히는 몇 초 사이에 아이가 사라집니다. 저도 처음엔 이 장면이 영화적 과장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전쟁이 실제로 그렇게 작동한다는 게 더 무서운 사실이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인지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 2026. 6. 19.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사슴, 프렌즈, 벙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난 영화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폭발 장면보다 두 가족이 거실에서 서로를 곁눈질하는 장면이 훨씬 길었습니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미국 전역이 정체불명의 사이버 테러와 시스템 붕괴에 빠져드는 동안, 한 별장에 갇힌 두 가족의 얼굴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아포칼립스 스릴러입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방식보다, 그 안에서 사람이 무엇을 붙잡는지를 묻는 영화였습니다.사슴 떼가 무서운 이유, 아시겠습니까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하게 오래 생각한 장면은 전투기 추락도, 유조선 충돌도 아니었습니다. 밤에 별장 창밖을 가득 메운 사슴 떼였습니다. 아무 소리도 없이, 아무 위협도 가하지 않고 그냥 서 있는데, 그게 왜 그렇게 무거웠을까요.영화에서 사슴은 전통적으로 평화와 자연의 상징.. 2026. 6. 18. 영화 중간계 리뷰 (세계관, 결말 해석, AI 영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러닝타임 60분짜리 영화를 보고 나서 이렇게 오래 머릿속을 맴돌 줄 몰랐거든요. 광화문을 질주하는 자동차, 짐승 얼굴의 저승사자, 그리고 문 앞에서 끝내 발을 내딛지 못하는 인물의 뒷모습. 영화 「중간계」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보고 나서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장례식장에서 저승까지, 세계관 설정의 가능성과 한계제가 직접 극장에서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는 오히려 중간계에 들어가기 전, 장례식장 장면이었습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막대한 돈을 번 재범이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귀국하는 설정, 썰렁한 빈소를 채우기 위해 가짜 조문객을 데려오는 장원, .. 2026. 6. 17. 컨택트 2020 (어브덕션, 저예산 SF, 결말 분석) 스트리밍 앱을 뒤적이다 "컨택트 2020"이라는 제목을 마주쳤을 때, 저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Arrival)」를 굉장히 좋아했던 터라, 솔직히 그 기대를 그대로 들고 앉은 것이 실수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정리한 감상인데, 한 줄로 말하면 "소재는 괜찮았지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아쉬움이 쌓이는 영화"였습니다.어브덕션 서사의 전형성, 그리고 이 영화가 서 있는 자리어브덕션(Abduction)이란 외계인에 의한 인간 납치를 의미하는 SF 장르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외계인에게 끌려갔다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인데, 이 소재는 1970~80년대 UFO 목격담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SF 스릴러의 단골 설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컨택트 202.. 2026. 6. 16. 디스클로저 데이 (워덱스, 디스클로저, Listen) 외계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정작 인간에 대한 영화를 보고 나온 적 있으신가요? 저는 디스클로저 데이를 보고 나서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UAP(미확인 비정상 현상, 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의 약자로 과거 UFO라 불리던 개념을 포괄하는 최신 용어입니다)와 정부 비밀조직, 전 세계 동시 생중계를 앞세운 하드 SF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실제로 마주한 건 그 어떤 우주선보다 인간의 공포와 욕망이 훨씬 크게 자리 잡은 영화였습니다.워덱스가 드러낸 것은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이었습니다영화 초반, 70여 년간 외계 관련 사건을 독점·은폐해 온 비밀조직 워덱스(WRDEX)의 존재가 드러납니다. 여기서 저는 이 조직이 단순한 악당 집단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 2026. 6. 15. 의형제 (브로맨스, 아버지 서사, 남북 첩보)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끝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의형제」가 딱 그런 영화입니다. 남북 첩보물이라고 해서 무겁고 진지한 정치 드라마를 예상했는데, 막상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건 총격전이 아니라 두 남자의 어설픈 동거와 그 속에서 스며드는 쓸쓸함이었습니다. 그 간극이 꽤 컸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망한 작전 하나가 두 인생을 바꿨다영화는 6년 전 서울 한복판 아파트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시작됩니다. 국가정보원, 줄여서 국정원의 대공팀장 이한규는 북한 암살 조직 '그림자'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상부 보고도 없이 독단적으로 작전을 강행합니다. 여기서 대공(對共)이란 공산 세력이나 간첩 활동에 대응하는 업무를 뜻합니다. 국정원 내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입니다.한.. 2026. 6. 14.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