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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점프 스트리트 (브로맨스, 잠입수사, 리메이크) 2012년 개봉한 「21 점프 스트리트」는 1987년 동명 TV 시리즈를 코미디 액션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이 진지한 잠입수사물이었다는 점을 알고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담하게 자기 패러디를 감행했는지 더 실감이 납니다. 저도 처음에는 "원작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그 의심이 좀 무색해졌습니다.브로맨스, 처음부터 억지스럽지 않았나버디 무비(Buddy Movie)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여기서 버디 무비란, 성격이나 배경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억지로 파트너가 되면서 갈등과 성장을 동시에 겪는 구조의 영화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장르는 "처음에 티격태격하다가 위기에서 한 팀이 된다"는 공식이 너무 뻔해서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 2026. 7. 20.
더 우먼 킹 (모녀 서사, 여성 왕, 역사 논쟁) 1823년 서아프리카, 여성으로만 구성된 전사 부대가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영화 「더 우먼 킹」은 그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노예제·모녀 관계를 한 화면 안에 압축해 넣은 작품입니다. 저는 처음엔 액션 영화로 틀었다가, 나니스카와 나위의 관계가 드러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보게 됐습니다. 단순히 강한 여성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모녀 서사 — 폭력의 흔적이 연결을 만들 때영화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은 전투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나니스카가 나위의 어깨에서 상어 이빨 흔적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흔적은 트라우마(trauma), 즉 반복적인 성폭력과 강제 이별이라는 극단적인 폭력의 기억을 몸에 새긴 표식이었습니다. 여기서 트라우마란 단순한 심리적 충격이 아니라, 몸과 기억 모.. 2026. 7. 19.
하나 코리아 (탈북 이후, 간호사의 꿈, 사회적 재현) 탈북민을 다룬 영화를 볼 때마다 저는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불편해집니다. 슬프거나 감동적인 것과는 다른, 뭔가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흔들리는 느낌 때문입니다. 2026년 7월 개봉한 영화 「하나 코리아」를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탈북 과정의 스릴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일상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전에 봤던 탈북 소재 영화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탈북 이후의 삶 — '자유'가 시작이 아니라는 것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혜선은 이미 남한에 와 있습니다. 탈출 장면보다 하나원 입소 이후의 장면이 훨씬 더 길고 무겁게 다뤄집니다. 여기서 하나원이란, 국정원 조사를 마친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전 3개월가량 머무르는 통일부 산하 정착지원기관.. 2026. 7. 18.
사람과 고기 (노년 빈곤, 무전취식, 존엄) 고기는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걸 극장 좌석에 앉아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2025년 10월 개봉한 영화 「사람과 고기」는 폐지 줍는 노인, 떠돌이 시인, 골목 채소 장수 세 사람이 '공짜 고기'를 찾아 다니며 벌이는 무전취식(無錢取食)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웃기는 장면이 꽤 있었음에도 마음이 전혀 가볍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노년 빈곤 — 고기 한 점이 존엄의 문제가 되는 사회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막연하게 "노인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는 말을 뉴스에서 접해왔습니다. 그런데 형준(박근형)이 폐지를 실은 수레를 끌면서 고기는커녕 단백질 섭취 자체가 불가능한 삶을 사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마주하니, 그 숫자들이 갑자기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더라고요.통계청.. 2026. 7. 17.
이탈리안 잡 (결말 비교, 느와르, 케이퍼) 솔직히 처음에는 2003년판만 봤을 때 "이 정도면 하이스트 영화로 충분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미니 쿠퍼 추격전, 교통망 해킹, 속 시원한 배신자 응징까지. 그런데 1969년 오리지널을 본 뒤로는 생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데 결말이 주는 여운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두 편 모두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 줬습니다.1969년판 결말 — 절벽 위 버스가 말하는 것1969년 오리지널 「이탈리안 잡」은 토리노에서 금괴 강탈에 성공한 뒤, 도주하던 버스가 알프스 산길 절벽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채로 끝납니다. 한쪽에는 사람들이, 다른 쪽에는 금이 실려 있어서 금을 건지려 하면 버스가 추락하고, 버스를 지키려면 금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찰리가 "내게 좋은 생각이 떠.. 2026. 7. 16.
달콤한 인생 (배신의 구조, 감정의 대가, 허무의 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인 줄만 알았습니다. 이병헌이 멋있게 싸우는 장면들만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유리창 앞에서 혼자 주먹을 휘두르는 그 장면이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은 단 한 번의 선택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씁쓸한 영화입니다.배신의 구조 — 폭력 세계에서 인간적인 선택은 곧 죄가 된다이 영화의 장르는 한국 느와르(Korean Noir)입니다. 여기서 느와르란 원래 프랑스어로 '검다'는 뜻인데, 영화 용어로는 도덕적 모호함, 폭력, 배신이 뒤엉킨 어두운 세계관을 가진 장르를 가리킵니다. .. 2026.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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