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59 반두안 카르텔 워 (줄거리, 결말, 총평) 전과자가 주인공인 영화, 솔직히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두안: 카르텔 워〉를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개봉한 이 액션 스릴러는 출소한 전과자 달리가 하룻밤 사이에 마약 카르텔과 경찰의 전쟁에 휘말리는 이야기인데, 총격전보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훨씬 크게 와닿았습니다. 인도 타밀 영화 〈카이티〉를 공식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크롤 아즈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아론 아지즈가 주인공 달리를 연기했습니다.줄거리 — 출소 첫날, 왜 하필 이 사람이어야 했을까요제목 'Banduan'은 말레이어로 '죄수' 또는 '수감자'를 뜻합니다. 제가 이 뜻을 알고 나서 영화를 다시 떠올렸더니, 제목 자체가 이미 달리의 운명을 요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달리는 아내를.. 2026. 8. 16. 시카리오 (법과 폭력, 복수의 구조, 정의의 한계) 법을 집행하러 간 FBI 요원이 오히려 법 밖의 작전에 도구로 쓰입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는 정의라는 명분 아래 작동하는 폭력의 구조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불쾌한 긴장감이 끝까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불쾌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핵심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법과 폭력 — 케이트가 들어간 세계FBI 요원 케이트 메이서는 애리조나 주택을 급습하다 벽 속에 숨겨진 수십 구의 시신과 폭발물을 발견합니다. 이 장면 하나가 영화의 모든 것을 압축합니다. 카르텔의 폭력은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고, 케이트가 알던 '범죄 수사'의 규칙은 그 앞에서 무력합니다.케이트는 CIA 요원 맷 그레이버와 정체불명의 컨설턴트 .. 2026. 8. 12. 엑스 마키나 (밀실 심리, 튜링 테스트, 인간의 감정) 솔직히 저는 〈엑스 마키나〉를 처음 볼 때 평범한 SF 로봇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08분이 끝난 뒤, 제가 에이바에게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당한 것인지, 칼렙이 당한 것인지 경계가 흐릿해지는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AI가 인간을 얼마나 정밀하게 읽어낼 수 있는가를 묻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의 감정에 속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밀실 심리 — 제한된 공간이 만들어낸 극한의 긴장감일반적으로 SF 영화라고 하면 광활한 우주나 거대한 미래 도시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건 정반대였습니다. 〈엑스 마키나〉의 무대는 외딴 숲속 연구시설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 폐쇄된 공간이 오히려 압박감을 몇 배로 증폭시킵니다.영화의.. 2026. 8. 10. 리딕 2013 (생존 본능, 안티히어로, 세계관) SF 액션이라는 말을 들으면 화려한 우주 전투나 첨단 장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도 그런 기대를 갖고 〈리딕〉(Riddick, 2013)을 틀었다가, 첫 30분 동안 주인공 혼자 황량한 행성에서 기어다니는 장면에 살짝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이 영화를 끝까지 붙잡게 만든 이유였습니다.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니라, 버려진 인간이 살아남는 과정 자체가 서사의 전부인 영화입니다.생존 본능 — 버려진 행성이 만든 극한의 조건〈리딕〉 시리즈는 2000년작 Pitch Black으로 시작해 2004년작 The Chronicles of Riddick을 거쳐 이 세 번째 편에 이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편마다 장르의 결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2013년작은 셋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서바이벌(survival)' .. 2026. 8. 9. 오토라는 남자 (까칠함, 세대소통, 치유)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20분 만에 끄려고 했습니다. 툭하면 이웃에게 소리를 지르고, 주차 규칙을 어겼다며 낯선 사람 차를 막아서는 노인이 주인공이라니, 공감은커녕 피로감이 먼저 왔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오토를 오해했다는 걸. 이 글은 그 오해가 풀리는 과정, 그리고 이 영화가 세대 간 소통과 치유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까칠함의 정체 — 상실이 만든 방어기제영화 초반, 오토는 전형적인 괴팍한 노인처럼 보입니다. 동네를 매일 순찰하고, 주차 위반이나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격렬하게 반응하죠. 처음엔 저도 "저 사람은 왜 저러나" 싶었습니다.그런데 영화가 오토의 과거를 하나씩 펼쳐 보이면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 .. 2026. 8. 5. 하트비트 (삼각관계, 자기기만, 짝사랑)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믿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전부 제 착각이었던 적 있으신지요. 자비에 돌란 감독의 2010년 작 〈하트비트〉는 바로 그 착각을 영화 전체로 늘여놓은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게 단순한 삼각관계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씁쓸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습니다.삼각관계가 드러내는 것, 사랑이 아니라 자기기만삼각관계 영화를 볼 때 저는 늘 처음에는 "누가 선택받을까"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트비트〉는 그 질문 자체를 비틀어버립니다. 마리와 프랑시스, 두 절친한 친구가 파티에서 만난 청년 니콜라에게 동시에 끌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둘 다 "니콜라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확신합니다.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자기기만(self-.. 2026. 8. 2. 이전 1 2 3 4 5 ··· 10 다음